2009년 01월 10일
장미의 이름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 책에 대해서는 정말 자주 들어봤다. 하지만 내용이 중세 수도원에 관한 것이라 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별로 애써 읽어보려는 노력까지 기울이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항상 마음 한 켠에서는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언젠가는 읽어봐야만 한다는 의무감은 자리잡고 있을 뿐이었다. 책보다는 노력이 덜 드는 영화로 된 장미의 이름을 우연히 구한 후에 한참 외장하드에 썩혀두다가 마침내 애써 시간을 내어 보았다.
첫 장면부터 장중한 음악에 안개가 짙게 깔린 산 속의 수도원이 나오길래 괜히 무게잡는 것 같는 것 같아 보는게 힘들거라 생각되었으나 의외로 전개가 빨라 수도원안에서 살인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수도승들도 비호감으로 묘사가 되어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다 본 후의 느낌. 정말 명작이다! 인간의 공포심을 인질로 한 종교의 실체, 불 속에서도 책을 구하려는 윌리엄, 신분을 도구로 몸을 배불리며 적당히 신앙적인 체하는 수도승들, 사람들이 신이라는 망상에서 계몽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이런 종교의 현실과 작가의 생각들이 과장없이 잘 묘사되어 있다. 영화가 이 정도면 소설은 어떠랴 싶다. 리차드 도킨스의 무신론 다큐를 본 지 약 한 달 만에 이런 훌륭한 작품을 접하다니 행운이다. 아래 스크린 샷은 가장 감명깊었던 대사를 영화에서 직접 캡춰한 것이다. 눈먼 수도원장인가가 하는 말이다. 누구보다 원리주의자인 것처럼 보였던 그마저 속마음은 저랬던 것이며, 말과 행동은 자신의 '믿음'과는 반대되는 '믿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거다. 종교가 생기게 된 이유(인간의 나약함)와 그 해악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회였다. 영화를 봤으니 번역본 읽기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나중에 원서를 구입해서 읽어야 겠다. 또 한 번 애써 한 페이지를 넘겨야 하겠지만 읽은 후의 감동은 그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by 해리 | 2009/01/10 15:36 | 일상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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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구 종교분포 그래도 희망이 있다. 부디 종교는 없어지길......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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